오늘 친한 동생의 아기 첫돌에 다녀왔다. 정확히 시간을 마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엔 벌써 많은 어르신들과 사람들로 자리가 없어 어느 빈구석에 어른신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어르신들과 같이 있다보니 대화를 듣으려고 했던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화 내용이 들어왔다. 가만히 대화내용을 듣고 있자니 자식 이야기를 하시고 계셨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이민 와서는 더욱 `자식 농사'의 비중이 높아진다. 이민 1세대의 직업이란 게 99%, 밑바닥 사업 아니면 직장이기 때문에 그 인생, 이민의 성적표가 자식을 어떻게 길렀느냐로 결정되는 성향이 있다.
남들이 그렇게 말을 해서만이 아니라 솔직히 자기 자신도 나이가 들고 자식이 클수록 자기 자식에 거는 기대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난 아직까지는 뭐가 꼭 되어야 한다고 자식들에게나 내 자신에게나 채찍질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동료 이민자의 같은 연배 자녀들이나 이미 자식들을 다 키운 원로 이민자들의 성공한 `자식 농사' 얘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배가 살짝 아프기도 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 사람들은 뭘 잘해 줘서 아이들이 그렇게 잘 됐을까... 2세들이 잘 되어서 부러운 것보다는 잘 키웠다는 게 부럽고, 아직 너무 이르지만 그렇지 하지못한 나 자신한텐 부끄럽게 생각되는 것이다.
한국이나 아르헨티나나 확실한 직업, 명예가 따르는 직업,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져야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의사, 치과의사, 약사, 교수, 변호사가 그런 것들일 것이고 이민자의 속성상 주류 사회에 끼었다고 볼 수 있는 공무원, 교사, 경찰 같은 직업들도 그 다음 성공한 축에 들 것이다.
부모님들의 자식성공은 마땅히 축해해 주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치면 그렇지 못한 상대방 부모님에 큰 실망감이나, 비교의식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남의집 자식들은 잘도 성공하는데 이놈의 자식은 맨날 사고나치고, 정말 문제덩어리야" 라는 말은 어르신들께 어제오늘 듣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식농사를 잘 하시는분은 그만의 비결이 있겠지만,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자식의 지능과 사고와 행동이 다르다는 느낌은 든다.
그집 아버지와 어머니의 머리를 타고났을 것이고, 온유한 성격과 꿈을 크게 갖는, 자신의 성공만이 아니라 독실한 신앙에 바탕한 차원 높은 일을 하기 위한 꿈을 어려서부터 키워 온, 또 그 꿈이 결실을 맺도록 부모가 따스한 사랑으로 화목한 가정을 이끌며 지적, 정서적 분위기를 잘 유지해준 3위1체의 결과라고 본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들 직업이 한국에서보다 되기가 더욱 어렵다. 한국에서는 보통 어려운 시험에만 합격하면 만사가 끝나는데, 이곳에서는 그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학교도 몇 단계로 오래 다녀야 하고 시험 하나가 아니라 실습, 인성 등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일단, 학교 자체를 졸업하고 그 다음 학교에 합격하는 것만도 너무 험난하다. 이쪽 학교의 대학 1년은 한국의 대학 4년보다 강도가 훨씬 세다. 학기 초부터 말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큰 시험, 작은 시험, 숙제, 인턴과정 (일정 기간의 의무 봉사), 또 다른 봉사 활동... 게다가 그런 인기 직업은 나도 다녀봐서 알지만 정말 산 넘어 산이다. 결국 끝까지 졸업하기,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격이다.
`자식 농사'의 성공은 그래서 본인의 의지가 매우 크다. 부모로서는 그런 능력을 주는 유전자 전달, 경제적 정서적 뒷바라지 정도 외에는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나의 평소 지론은 이민자의 자식 농사는 부모가 짓는 것이 아니라 자식 스스로 짓는 `자작농'이라는 것이다.
나는 아들에게 불만이 없다. 아직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내가 겪어왔던 그런 과정을 그대로 따라줄것인지는 다 자기 의지에 따를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힘든 과정을 잘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대견하고 고마울 것이다. 우리부모님이 나에게 기대하셨던 것 처럼 말이다.하지만 더이상 욕심 부리면 탈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의사, 치과의사, 약사 되는 아이들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대학 과정 따라가는 데만도 저렇게 힘든데 그 이상의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고 또 그 과정을 끝까지 잘 마쳐서 마침내 흰 가운을 입게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십중팔구 힘들어서 `그런 일 아니고도 세상에는 할 만한 일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일찌감치 쉬운 길로 돌아섰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할 말이 없다.
사람은 자기가 할 일이 정해져서 태어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운명과 소명 의식이 아니고서는 그 가시밭길을 헤쳐 나갈 힘과 의지가 생기기 어렵지 않을까... 어르신들의 성공한 자식농사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훗날 내아들에게도 귀감이 돼 좋은 길로 가기되기를 바란다.
한가지 더 바라는게 있다면 아프지말고,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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