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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8일 수요일

나의 이야기---노동의 댓가에 대해서...

어제 오래간만에 인사차 친한형네 집에 방문했습니다. 몇일 안본 사이에 살도 많이 빠지고, 얼굴도 홀쭉 해져있고, 수심도 가득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네요.
몇달전부터 새로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도무지 생활이 나아지지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면서 "직장을 바꿔볼까? 계속 이일을 해야할까?" 등 여러가지 의견을 물어보는데 딱히 명확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일하고 지출도 줄이고 해보지만 저축은 커녕 먹구 살기도 빠듯하다고 합니다.

먼저 형의 가족을 보면 아내,사춘기 딸내미와  2살짜리 아들 이렇게 4식구입니다. 4인기준 생활비가 얼마정도 드느냐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은 저의 기준을 보면 적어도 8,000페소 (약150만원)정도가 듭니다.이것은 정말 먹구만 살기 위한 최소의 기본금입니다. 아르헨티나 물가상승 인플레션이 세계 3위이라걸 가만해도 8,000페소도 빠듯한데, 형의 보수는 그보다도 적다고 하네요.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러면 봉급 잘주는 직장을 바꾸면 되지" 라고 쉽게 말하는데, 현 아르헨티나 경제상황도 그러려니와 나이가 있어 오라고 하는 직장도 구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모아온 자본이 있어 자영업을 할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형의 목표는 사실 단순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고 그 댓가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음식을 사고, 아주 가끔이지만 가족과 외식도 하고, 빚없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

딱한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형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이나라 저임금 현지인 종업원들이나 알지 모르게 힘들게 사는 교민도 꽤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얘기를 듣고 있으니 답답함과 오늘날 우리사회가 이런(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가고 있다는 것 다시한번 느낍니다. 왜 가난한 사람은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일을 열심히해도 생활이 나아질 수가 없는가 ?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가 왜 생기는 것일까?
많은 의견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먼저 말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정말 열심히 삽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노동자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제외합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밤이 늦도록 일을 하죠. 하지만 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인가요?  만일 매일 11시간씩 일주일 내내 성실하게 일했는데 당신의 주머니에 그 노동만큼의 댓가가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싸구려 옷을 살 돈조차 없게 되고 매일 생활 때문에 걱정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많은 대답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일을 왜 계속해?" 라고 하실 것입니다. 왜? 저임금 노동자들은 죽도록 일하는데 점점 가난해질까요?또  왜 가난한 사람들이 지출이 더 많을까요? 사실 가난하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수두룩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부자들이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탓에 싸구려 호텔을 전전 하던지 아파트를 구할 때 지불해야 하는 집세와 보증금이 없으니 방을 빌리면서 엄청난 방세를 내야 합니다. 제대로된 의료보험을 들 형편이 안 되니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없고 ,몸이 아파도 비싼약을 살 여력이 없게되니 결국에는 그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저임금 노동자들이 왜 합리적으로 다른 더 나은 직장과 임금과 복지수준을 고려해 직장을 선택하지 않는지가 궁금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 인간으로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엔 학력부족,정보부족,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복합적인 상황과의 마찰들이 장애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자본가 고용주들의 임금 동결과 과거의 관료주의 의식과 관행, 노조 단결을 막고 심각한 인권 침해, 사회의 무관심이 등이 이런 워킹 푸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제가 부자들에 대한 질투,시기나 열등감이 있어서 그런것 아니며, 그렇다고 노동자의 대변인도 아닙니다. 사회의 부의분배 구조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의도로 말하려 하는 것이니 발끈 하지는 말아주세요.ㅡ.,ㅡ;;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임금이 지출(주거 의료 및 최저 생활비)을 충당하기에 너무 낮다는 것,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가진 자는 주거 의료 혜택을 비롯 더 좋은 환경을 제공받고, 저임금 노동자는 그렇지 않기에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이나 구호단체 서비스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 하실 분이 있으나, 실제적 도움이 되기에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과 부자들을 위한 저희가 알지 못하는 혜택도 많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저의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아르헨티나 IMF (2001년)가 터졌을때 2003~2007년간 멕시코,온두라스,과테말라로 전전하며 여러 직장을 다녔습니다. 사적인 일과 환경때문에 직장을 바꾸면서 여러 사주(社主) 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되는데요... 사회 생활에 배울점은 있었지만 아쉽게도 진정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을 본 사장님을 못 만나 보았습니다. 물론 회사가 자선사업은 아니지만 저임금 노동자를 보면서 정말 이많은 직원들이 가난하기에 더 많이 일해야하고, 더 암울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가난한 생활, 없기 때문에 무조건 복종해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회의가 느껴졌습니다. 정말 13시간의 노동의 댓가가 단지 먹고만 산다는 것과, 그렇게 "빨리빨리, 더 많이"를 외쳐가며 자신의 부만 축적해 나가는 자본가, 상류층의 위선과 이중성들을 보면서 가진자는 더 많이 갖고 없는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진다는 계층적 차이를 실감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젊음이라는 것 하나만 믿고 사회에 뛰어 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추억보다는 아픔이 더 남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돌아가 그럼 저임금 노동자들은 계속 이런 생활을 해야만 할까요?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수 있을까요? 
사실 자본주의사회에서 똑같이 잘살고 똑같이 못산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답은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그들이 배를 곯고, 형편없이 모자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 덕분에  우리가 더 싸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고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저임금 노동자들은 우리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가난하지만 꿈조차 가난한것이 아니다 라는 구절처럼 기회가 누구나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요?     
 각 개인의 관점이 다르겠지만 '노동한 만큼의 댓가를 받는것이 당연한 세상, 노동한 만큼 성공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부터라도 오늘 당장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겠습니다.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두서없이 글을 써서 정리가 안됬네요..ㅡ.,ㅡ;;



댓글 5개:

  1. 저임금 노동자가 기본적인 것에서 지출을 더 많이 해야하는 상황은 미국이나 비슷하군요. 단지 여기선 아예 없으면 먹여살리는 시스템이라 죽어라고 일하고 계속 쪼들리느니(중저소득층) 차라리 일 안하고 편하게 먹고 살자고 하는 국민이 꽤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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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 본 책 중에 [노동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이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그동안 노동이란 먹구살기 위한 의무라고만 생각 했왔던터라 약간 충격이었습니다.
      왜 저임금 노동자나 최저 임금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빈곤을 벗어날수 없는 삶을 사는지 이해를 주는 계기가 됬어요,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불균형 심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미국을 사례로 든 이야기지만 다른 후진국의 노동자의 삶은 정말로 심각합니다.
      가진자들의 너그러운 관용을 배풀때에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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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늘에 이르도록 많은 순례를 거쳐왔기 때문에 오늘의 르헨님이 있게 되셨을 것 같네요.
    세상의 문제는 없는 사람에게서 보다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터지죠.
    공유했습니다. 감사히°°°(아직도 구글 크롬을 열면 상조회 악성 코드 어쩌구가 나와서...)

    미쿡신사님처럼 사진이 있었다면 모를까...
    어제 엉뚱한 댓글 달아 놓고 여기서 뵙네요.ㅎㅎㅎ
    게시하지 않아 주셔서 백 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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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구나 처음부터 잘 살수는 없어요. 저도 한때 젊음 하나만 믿고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사회에 부디쳐보니 제 생각처럼 되지가 않더라구요. 열심히 하며 나아질줄 알았는데 두꺼운 벽(노동자의 감정과 존엄성 그리고 노동환경)등이 무시당하고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을 옥죄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아르헨티나의 노총위원장 모쟈노입니다. 노동자의 편에 서있는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를 이용하는 얄팍한 기만자,위정자에 불과하지요. 이렇듯 모든게 얽기고 설켜 결국 가난한 자들만 새우등 터지는 꼴입니다.
      근데... 엉뚱한 뎃글이 무엇이었는지 정말 궁금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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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ㅎㅎ
    미쿡신사님만 아십니다.
    남미의 선교사님이 올리신 댓글이 미쿡님의 글인줄 알고 달았어요.
    그런데 무슨 의민줄 몰라서 또 장난끼를 첨가~~~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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